《Sync-Hole》 서문
존재는 세계의 살에 닿아있다. 우리는 그 접촉을 통해 세계의 리듬을 감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 감각은 언제나 온전할 수 없다. 접촉면은 익숙함에 무뎌지고 반복됨에 흐려진다. 이때 존재는 세계로부터 밀려나 부재하게 된다. 하지만 결여된 지점에서 다시 스스로 감각을 더듬어 새로운 접촉면을 찾는다. 이지민 최지예 윤영국 작가팀은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오브제들을 이용하여 이런 감각의 과정을 풀어낸다.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독립된 개체들이 반복적 운동을 통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동기화 현상’에 주목한다. 전시장 어둠 속, 지지대 위에 오른 메트로놈은 태엽이 감기며 각기 다른 타이밍으로 움직인다. 그 추에 부착된 반사판을 향한 레이저는 사방으로 흩어지며 시청각적 혼란을 확산시킨다. 감각의 소란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메트로놈은 서로를 되먹임하며 하나의 리듬으로 동기화되고 레이저는 반사판의 정렬된 리듬에 맞춰 찰나의 섬광으로 빛난다. 감각의 안정됨도 잠시, 그것들의 결합이 끊어질 때쯤 질서는 깨져버린다. 이 순간 관람자의 감각은 더 이상 인식의 도구가 아니며 감각은 주체의 전의식적 층위를 흔들어 파열을 일으킨다. 이 파열은 붕괴가 아닌, 존재가 세계와 맞닿는 경계면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 관람자를 자각하지 못한 삶의 비워진 공간으로 이끈다. 빛의 흔들림, 어긋난 리듬이 만들어내는 빈틈은 관람자 내면의 결핍을 비추고, 불완전함이 완전함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관람자는 삶의 구조를 체험할 수 있다. 결국 관람자의 몸은 이 세계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한발 물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위치에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이 바라봄은 고립된 주체의 시선이 아닌 세계의 살을 빌려 바라봄에 있다.
삶에서 비워진 지점은 무엇이 없는지 말할 수 없기에 그 공간은 더욱이 선명하다. 인간은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갈망하고 욕망한다. 《Sync-Hole》은 그 욕망의 리듬을 관망하는 자리이며 이지민 최지예 윤영국 작가팀이 만들어내는 반복된 흐름 속에서 함께 공명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