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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ory penetration 감각적 침투
Jun 12, 2025
Jun 16, 2025

스페이스 아텔 전시안내 

《sensory penetration 감각적 침투》- 이채원 개인전

2025년 6월 12일– 6월 16일

11:00 - 19:00 (sun 16:00)

성북구 보문로 34다길 31

Sensory penetration 감각적 침투는 오브제와 나 사이를 통과하는 감각의 기록이다. 

 목적과 정체를 잃고 부유하는 덩어리들, 이른바 ‘해양폐기물’을 채집한다. 대개 사람들에게는 낯선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바다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존재, 어쩌면 나의 유년 시절을 단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오브제이다. 

덩어리에 비릿하게 배어든 바다의 짠 내, 잔물결에 쓸린 자리, 소금기에 삭아버린 흔적에 주목한다. 그것은 찢어진 열상 혹은 곪아버린 염증을 닮았다. 나는 이들을 ‘바다의 살점’이라 부르고 싶다. 묵직한 바다의 살점들은 나의 감각 속에 스며들어 파문을 일으킨다.

 나는 살점들을 꿰매고, 메우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그것들에게 침투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봉합이나 복원의 행위를 넘어선다. 바다의 파편들은 낯선 형태로 나의 감각의 층위에 침투하여 멀고 흐릿한 기억을 불러낸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나와 오브제를 가르는 경계를 지우고, 서로가 서로를 통과하는 듯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감각의 흐름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코라(chora)의 개념과 맞닿는다. 코라는 언어 이전의 장소이자 몸의 기억이 깃든 공간이다. 바다의 살점을 매개로 한 감각적 침투는 내 몸의 기억 너머에 깃 들어있던 흔적들, 어머니의 자궁과 나의 고향 바다, 나아가 모계적 계보를 잇는 세대의 공통된 감각들을 불러 일으킨다. 

바다의 파편들이 지닌 결손과 상처, 흔적을 나는 감싸 안고 그 틈으로 스며드는 감각을 포착하고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