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청년예술지원 선정 프로젝트 |
김정윤 《Plapse》 (2024.12.10-12.20) |
“plapse”는 ‘place’와 ‘lapse’를 합쳐 본인이 새롭게 정의한 개념으로
time-lapse의 뜻을 빌려와 시간의 간극을 담은 공간(place)을 뜻한다.
<plapse>는 과거의 장소가 현재의 시점으로 불러 들여졌을 때 공간에 축적된 서사와 시간이 ‘지금’의 관찰자의 기억과 교차하며 생성되는 가상적인 공간을 보여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다수의 시간을 담던 장소가 홀로 남겨졌을 때, 공간에 남겨진 기억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흔적들의 움직임에 주목하는데 이때 빈 공간에 남겨진 순간의 파편들은 유기체처럼 진동하고 생동하며 물리적 공간의 경계를 해체한다. 또한 이들의 움직임은 개인의 기억과 교차되면서 선형적 시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비선형의 시간을 가상의 공간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서문 |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흔적과 기억의 층위가 중첩되고,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맥락이 충돌하며 끊임없이 변주되는 무대이다. Plapse는 이러한 공간의 다층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질문을 던진다. 부평역, 한강, 인천 화수부두라는 장소들은 단순히 특정 지점의 대리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흔적, 그리고 에너지의 교차점으로서 선택되었다.
프로젝트는 공간 속에 남겨진 흔적과 움직임을 기록하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서사를 관찰한다. 한강의 물결이 그러하듯, 공간 속에서 떠도는 흔적들은 항상 일정한 궤적을 따르지 않는다. 때로는 흩어지고, 때로는 교차하며, 이질적인 요소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를 이루기도 한다. 부평역의 목재와 인천 화수부두의 실오라기가 만들어내는 서사는 단순히 과거의 잔재로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들은 현재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우리가 이해하는 공간의 개념을 흔들어 놓는다.
Plapse의 가상 세계는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물리적 공간을 높이에 따라 단절된 가상 세계로 재해석하며, 공간의 층위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한다. 그러나 이 구성은 단순히 디지털 기술의 시각적 실험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과 기억, 흔적과 에너지의 교차가 만들어내는 서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시도이다. 이러한 작업은 현대 사회에서 공간이 단순히 기능적 역할을 넘어, 개인과 집단의 서사가 중첩되는 복합적 장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간은 단절된 흔적의 집합이 아니라, 기억과 경험이 교차하며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생동의 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공간에서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 Plapse는 그 답을 직접 제시하기보다, 관람자로 하여금 공간의 다층성을 사유하게 만드는 하나의 시도이다.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