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아텔 전시안내
《페르마타: 머무름의 역동》
2025년 6월 3일(화) – 6월 8일(일)
11:00 - 19:00 (sun 16:00/ mon close)
성북구 보문로 34다길 31
오늘날의 우리는 연속되는 일들에 휩쓸리듯이 일상을 보낸다. 쏟아지는 정보들과 빼곡한 사 람들, 복잡한 관계와 중첩되는 가치 속에서 중심을 찾을 여유도 갖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 야만 한다. 뒤처지지 않아야 하고, 그 속도 속에서 무언가를 돌보고 갈무리할 여유는 허락되 지 않는다. 《페르마타: 머무름의 역동》은 그런 일상에 작은 틈을 내보려 한다. 악상 기호인
'페르마타(~'는 늘임표라고도 불리며 주어진 음의 길이보다 길게 연주하거나 잠시 멈추어 휴 식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본 전시의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머무름을 건넨다. 박지원은 검정을 사용해 중립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보여지는 것과 보여지지 않는 것들이 명확히 제시된다. 작 품 속 통제와 절제는 나아가는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 다. 양지혜는 사회로 인해 마모된 개인으로서 만들어 낸 보호구역을 보여준다. 회화와 지수로 새겨지는 푸르름은 그만의 우울함이기도, 힘의 축적이기도 하다. 연속되는 사건과 잠시 단절되 어 존재하는 개인의 내밀한 공간은 세상과 다시 연결되기 위한 힘이 되어준다. 이지수는 동화 적 이미지와 환상적인 색채를 통해 삶의 고통을 은유하지만, 그것을 비극으로 고정하지 않는 다. 완결된 사건이 아닌 현재까지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으로 고통을 다루며, 이를 통해 회복의 가능성과 정서의 복합성을 조명한다. 과슈와 젤스톤으로 구성된 동화적 화면은 우리의 동심을 회상하게 한다. 천예지는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방향을 상상한 다. 우리가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던 타자를 받아들이고 연결된다는 상상은 그의 작품 속에서 현현된다.
잠시의 머무름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정지하는 진공상태는 아니다. 《페르마타: 머무름의 역 동》은 그 고요 안의 역동을 다룬다. 페르마타는 빠르게 나아가기에 앞서 어디로 나아갈지를 고민하는 시간이다. 멈추어서 사유하거나, 때론 엉엉 울고, 철저하게 고립되기도 했다가 공상 에 빠지는 시간들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채 낭비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그 머무름의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느림을 용서하고 맞이하 는 잠깐의 정지는 우리의 나아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글. 진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