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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우리는 자기만의 독백을 시작한다.
Jan 12, 2025
Jan 17, 2025

해가 지면 우리는 자기만의 독백을 시작한다.

259. “마치 당신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하시오.”

* 다른 작가나 타인을 향한 말이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한 독백. 공개된 독백이자 다짐.

86. 한숨 한 번, 침묵 한 번,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엄청난 소음 하나, 네 모델의 전체 모습, 쉬고 있거나 움직이는, 측면이나 정면으로 잡은 그의 얼굴 극단적인 롱숏, 줄어든 공간, … 모든 것이 정확히 제자리에 놓이는 것, 이것이 네가 가진 유일한 수단이다. (로베르 브레송, 시네마토그라프에 대한 노트, 이윤영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21))

플롯(plot)은 인과관계에 영향받아 쓰인 각자의 이야기다. 시간 순서대로 쓰여지는 작은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나간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여섯 명은 삶의 전반에서 영향받은 각자의 플롯을 작성한다.

김수종은 GPS를 기반으로 본인이 인식하고 경험한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해석한다. 김세진은 기존의 질서에서 규칙이나 규범들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채빈은 본인이 구성한 시적 공간을 통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실존에 대해 질문한다. 임인구는 자본주의 사회 속 개인으로서 가진 이상이, 사회가 만들어낸 형상이라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천소연은 지구의 일부분으로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두려움과 부채감을 토대로, 우리가 마주할 미래를 제시한다. 최유리는 자본주의와 소비문화로 만들어진 현대적 생활 양식을 통해, 삶의 연약함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야기한다.

삶의 모든 순간이 빛나고 조명받을 수 없다. 무대 계획은 치밀하게 세워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무대는 공연에서 관객이 점유하는 공간과는 별도로, 실제 공연이 이루어지는 모든 공간을 뜻한다.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이 들어와 앉은 그 순간까지도 계속되는 것이다.

태도는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 해가 떠 있을 때는 해야 할 일을 한다. 해가 지고 모두가 자기만의 방으로 돌아가는 시간, 우리는 낡은 테이프를 다시 감아 익숙한 독백을 시작한다. 태어난 순간부터 간직해 온 질문들. 이제는 두터운 딱지가 졌지만, 종종 간지러운 상처.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우리는 오늘도 익숙하고도 서늘한 독백을 되뇌인다. 우리들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독백을 지켜보는 당신에게. 

글 : 이채빈, 최유리

참여작가

천소연 - @yeonso.c

최유리 - @cyuriously

임인구 - @ingu.im

이채빈 - @leee.chaebeen

김수종 - @kimsj_5548

김세진 - @xezin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