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items found.
다층도시
Mar 11, 2025
Mar 16, 2025

다층도시(多層都市)

전시일정: 2025년 3월 11일 – 3월 16일
전시장소: 스페이스 아텔
서울시 성북구 보문로34다길 31
전시작가: 윤석구 (www.vlabcoop.work) 민경준 (@kj727_jack) 박동우 (@_pdw_view) 전지아 (@rodanthe_snap)

관람시간: 3월 11일/ 오후 4시 – 오후 7시
3월 12일 – 15일/ 오전 11시 – 오후 7시
3월 16일/ 오전 11시 – 오후 2시
아티스트 토크: 3월 15일 오후 3시

■ 전시 서문

도시에 숨겨진 이면들을 바라보다

“그것은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다.
그것은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그것은 믿음의 시대였고, 불신의 시대였다.
그것은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그것은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직행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

도시(都市)는 중국어 ‘도성(都城)’에서 파생된 말이다. 황제가 거주하는 성 주변으로 벽을 짓고 살아 가는 공간에서 시작했고, 시장이 도시의 주요 기능으로 추가되면서 도시라는 단어가 탄생되었다. 물을 주변으로 문명이 발달하는 물리적 환경과 많은 이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의 삶을 담은 단어 도시.

도시의 영어단어인 ‘city’는 시민, 공동체를 뜻하는 프랑스어 ‘civitas’에서 유래한 단어로 문명이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어원에서 보듯이 도시의 삶은 문명화된 삶,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세련된 삶을 영유하는 의미로 비춰지기 쉽다. 그러나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은 결국 ‘사람이 모여 사는 장소’ 이고,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서우리는 모두 같고, 모두 다르다. <다층도시>는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일어다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사진으로 포획한다.

윤석구(b.1981)는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이질적인 감정을 아날로그 방법으로 표현한다. 작가 내면의 가치관의 변화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인식을 그는 같거나 다른, 이해하기 힘든 서울의 장면들을 카메라로 담아내며 감정의 근원을 찾아내고자 한다.

민경준(b.1996)은 사진이라는 매커니즘의 가장 기본인 빛과 그림자에 집중한다. 빛의 흔적과 그림자가 빚어내는 경계 사이를 민경준의 렌즈는 기민하게 탐구하고 프레임으로 빚어낸다.

박동우(b.1993)는 고향 부산과 서울의 경계를 탐색한다. 차가운 서울의 이면을 사진으로 담는 동시에 부산의 바다와 파도의 포말에서 자신을 찾아나간다.

전지아(b.1992)는 도시 뒷골목에서 만난 드랙퀸들의 초상을 통해 정상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평범함 과 기이함이 조우하는 서울의 어느 거리, 전지아의 <레이디스 앤드 젠틀맨>은 서울의 밤에서 자유를찾아낸다.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도시는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다. 서울은 누군가에는 익숙하지만 불편한 장소이고, 누군가에는 빛과 그림자로 채워진 도시이며, 누군가에는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유롭고 유연한 거리이다. 네 명의 작가는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향하지만, 이들이 담아낸 사진은 도시라는 장소에 숨겨진 다층적 모습을 보여준다.

글 레나(LENA)

■ 전시 내용

● 윤석구, <Monochrome>
윤석구(b.1981)는 계원예대 사진예술과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상업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도시의 아이러니를 포획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흑백필름으로 도시의 풍경을 담아낸다. 2021년부터 광고협동조합의 디렉터로 활동하며 사회적 경제의 순환과 가치를 실현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www.vlabcoop.work

작가노트

Monochrome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20대 후반에 이르러 도시 생활에 이질감과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는 개인적인 감정 변화를 넘어, 가치관의 변화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인식이 심화되어 도시의 삶과 자신이 더 이상 조화롭지 않다고 느끼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2007년, 광고 스튜디오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중, 대형 필름 카메라를 다룬 경험은 필름의 아날로그 편집 과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흑백 필름의 현상과 인화 과정은 복잡하게 얽힌 주제를 단색으로 정리하여 표현하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해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하여 테스트를 시작했다.
충무로나 집 주변을 시작으로 낯선 지역을 탐방하며 나와 같거나, 다르거나, 기이한, 이해하기 힘든, 흥미로운 소재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게 촬영한 필름을 현상하고 밀착 프린트를 보며 형태나 내용적으로 꽂히는 부분을 찾아 이유와 관계를 분석해 확대 프린트에 담으려 노력했다.
Monochrome 시리즈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필름을 편집하고 프린트한 사진들로 구성하였다. 이 작업은 복잡한 관계로 엉켜있는 현상들을 단색으로 표현하여, 내가 살아온 공간과 현재 살아가는 공간에서 마주한 이질적 감정의 근원을 찾는 프로젝트이다.


● 민경준, <Silver Lining, Silver Lining>
민경준(b. 1996)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영화, 패션,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하여 콘텐츠를 제작하는 에디터이다. 빛으로 세상을 포착하는 사진의 속성을 이용하여 도시의 건물이 빚어내는 빛과 그림자를 프레임으로 변환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잡다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을 즐기는 콜렉터이다.
인스타그램 @kj727_jack

작가노트

<Silver Lining>
사진(Photo-Graphy)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빛은 항상 존재하며, 빛의 흔적은 어디에나 있다. 빛의 투영성, 온기가 평범한 일상을 비추고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그 옆에 자리한다. 나는 가만히 빛의 흐름을 따라 셔터를 누른다. 빛이 전하는 평온함과 온기가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단면>

빛은 모든 시각적 표현의 시작이며, 그림자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 빛은 형태를 드러내고, 그림자는 그 경계를 정의한다.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한 미니멀한 건축물에 면과 만날 때, 비로소 하나의 조형적인 그림이 완성된다. 빛이 건축물에 닿고, 그림자가 보일 때 나는 그 반사된 장면을 카메라로 포착한다. 나의 필름에 담긴 단면이 주는 형태와 이면의 이야기가 상상되기를 바라며.

● 박동우. <The Sea Bird(海鳥)>
박동우(b. 1993)는 중기복무 제대군인이다. 전역 후 사회 적응 과정에서 느낀 낯섦과 혼란을 사진을 통해 극복하며 사진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고향인 부산을 떠나 사진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후,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겪는 불안과 향수의 감정을 바다와 도시 풍경을 주제로 삼아, 자신만의 시선으로 기억과 정체성을 담아내고 있다.
인스타그램 @_pdw_view

작가노트

The Sea Bird(海鳥)

나는 서울에서 이방인이다.
서울은 나에게 낯선 얼굴이다. 타지인에게 서울은 녹록지 않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는 외로움을 느낀다.
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쫒아 다녔다.
그러나 기억 속의 어떠한 것을 쫓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기억은 왜곡되고 미화되는 것, 재현할 수 없는 무엇이다.
문득 파도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고향과 타지 어디서든, 가깝고 먼 곳에서 파도를 볼 수 있었다.
이미 내 렌즈 속으로 무한히 들어와 있었던 것,파도 안에는 수많은 무늬가 있고 모든 파도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거센 파도는 나를 대변하고 적요 속에 흔들리는 물결은 위로를 건넨다.
과거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모든 것이 파도 안에 있다. 외면할 수 없는.

● 전지아, <레이디스 앤 젠틀맨>
전지아(b.1992)는 ‘로단테 스냅’의 대표로, 로맨틱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사진을 촬영하는 웨딩 포토그래퍼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작가로, 내밀한 도시의 생생한 경험과 자유를 사진으로 전달한다. 2024년 그룹전 <펜타프리즘>에 참여하였다. 신작 <레이디스 앤 젠틀맨>은 드랙퀸을 주제로 도시의 밤에서 느낀 자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스타그램 @rodanthe_snap

작가노트

레이디스 앤 젠틀맨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당신께”
- 뮤지컬 킹키부츠

늦은 시간의 을지로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범한 거리 속, 드랙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나도 너희들처럼 속눈썹 붙이고 화장한 게 다야.” 그들의 말이 내 마음에 박혔다.
드랙이란 무엇일까. 나는 내가 가진 선입견과 맞닥뜨렸다. 드랙문화는 남성과 여성 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며 고정관념을 깨는 것, 단순한 성별의 표현을 넘어서,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치는 자유다. 드랙퀸들은 자신을 둘러싼 고정관념들을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깨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드랙의 자유정신이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어쩌면 '자유를 깨닫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드랙퀸들의 강렬한 개성은 진정한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상징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고정된 틀에 갇혀 살아가는 동안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드랙 아티스트는 그 자체로 예술이었고,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