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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너머 푸른 눈
May 1, 2024
May 12, 2024

너머 푸른

                                               

김서연 개인전

                                                                     

Kim seoyeon SOLO EXHIBITION

                                                                

2024. 5. 1.Wed – 5. 12. Sun

‘창 너머 푸른 눈’은 모호하다. 창문 너머 내리고 쌓인 푸른 눈, 디지털 창 너머 마주친 푸른빛 눈동자, 어떻게 생각하든 좋다. 중요한 건 언제나 여기 너머에 있다는 것이고, 바라보는 시선은 기어코 사색에 이른다는 것이다. 

김서연(b.2000)은 실제로 마주한 적 없는 디지털 화면 너머의 대상에 흥미를 느끼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미묘한 관계의 양상을 회화를 매개로 들여다본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대상들은 한 겹의 디지털 창으로 가까워지는데, 창 너머의 대상들은 수동적 위치에서 조작되고 공유될 위험에 처해있다. 때문에 창문 밖의 그들을 회화로 꺼내오며 화면 속 대상의 존재 방식과 시선에 따른 위계를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의 경계면은 흐려진 윤곽선으로 나타난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해진 본능적 시감각에 기반한 것으로, 경계를 흐릴수록 역설적으로 더욱 또렷해지는 화면 너머 존재를 포착하기 위한 강박적인 마른 붓질의 결과다. 

디지털 화면 너머의 대상에 대한 관심은 이번 전시 《창 너머 푸른 눈》에서 혼종적 존재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작가는 우연히 인터넷 광고 배너를 따라 들어간 판매 사이트에서 보게 된 빈티지 오너먼트 상품 사진을 보고 친근하면서도 이질적인,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오너먼트의 어설프게 조각되고 그려진 이목구비는 사람과 닮았다. 그러나 오직 판매의 목적을 위해 정면, 측면, 후면, 바닥 면에서, 때론 줄자 옆에서 적나라하고 무자비하게 촬영된 사진들은 작가로 하여금 머그샷(mugshot)을 연상시키고, 자신도 모르게 존재하는 결함과 치부가 드러날 것만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 

이와 동시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표면의 화려한 글리터와 광택감, 싸구려 장식품 특유의 조악한 도색과 만듦새로 인해 오너먼트의 물성이 극대화된다. 특히 반짝거리는 표면이 강조됨으로써 본래 지녔던 종교적인 의미가 희미해지고, 텅 빈 내부로부터 극도의 상품성과 공허함이 새어 나온다. 또한 상반신과 얼굴 부위를 클로즈업한 구도는 오너먼트가 수동적으로 대상화되어 있던 기존의 상태에서 벗어나 보는 이를 내려다보거나, 시선을 되받거나, 사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든다. 그 결과 오너먼트는 더욱 복합적인 존재로 거듭나며 그 혼종성이 심화된다. 

피상적인 이미지로 가득 찬 동시대의 환경 속에서 작가는 경계면을 흐리는 회화를 통해 이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미지‘와 함께’ 느끼고 반응한다. 이로써 일관된 ‘나’라는 일인칭 주체의 한계에서 벗어나 숨 쉬듯 마주하는 화면 너머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과 타자를 끊임없이 재정의하며 나아갈 가능성을 탐색한다.

Space Artel                                                                     


글. 김지윤